
1. 백신은 어떻게 만들까?
백신 제조: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인간의 승리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예방주사 맞으러 가자"라는 말에 울음을 터뜨린 기억이 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병원 가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는데, 거기에 주사까지 맞아야 한다니.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때 맞았던 그 주사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백신은 인류가 전염병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한때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천연두가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80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천연두 박멸을 공식 선언했을 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 질병을 완전히 지구상에서 없앤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백신 덕분이었죠.
오늘은 백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사실 백신 제조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데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적용됩니다. 크게 세 가지 주요 유형을 통해 백신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백신의 역사를 잠깐 되짚어볼까요?
백신 이야기를 하려면 한 사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입니다. 1796년, 제너는 인류 역사를 바꿀 위대한 실험을 감행합니다.
당시 천연두는 정말 무서운 병이었어요. 사망률이 무려 40%에 달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얼굴에 깊은 흉터를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었는데, 여기서 '마마'가 바로 천연두를 가리키는 말이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너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시골에서 소 젖을 짜는 여인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떠돌았어요. "우두(소의 천연두)에 한 번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안 걸린다"는 것이었죠. 제너는 이 소문이 단순한 미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합니다.
제너는 우두에 걸린 여인의 손에서 고름을 채취해서, 여덟 살 소년 제임스 핍스의 팔에 접종했습니다. 그리고 6주 후, 정말 대담하게도 이 소년에게 천연두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초의 백신이 탄생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백신(Vaccine)'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기서 유래했다는 점입니다.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 'Vacca'에서 따온 것이죠. 소에서 시작된 면역의 역사, 참 신기하지 않나요?
1. 생백신(Live Vaccine): 약화된 바이러스의 활용
자, 이제 본격적으로 백신의 종류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생백신입니다.
생백신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합니다. "뭐라고요?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몸에 넣는다고요?" 처음 들으면 좀 무섭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약독화'라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죠.
약독화란 바이러스를 여러 세대에 걸쳐 배양하면서 그 독성을 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바이러스의 '이빨을 빼놓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들어와서 감염은 일으킬 수 있지만, 실제로 병을 일으킬 만큼의 힘은 없어요.
그렇다면 왜 굳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는 실제 감염이 일어났을 때와 비슷한 경로를 따라 우리 몸을 돌아다닙니다. 덕분에 우리 면역 시스템이 "아, 이런 녀석이 들어오면 이렇게 대응해야 하는구나!"를 제대로 학습할 수 있는 것이죠.
생백신의 대표적인 예로는 홍역 백신, 볼거리 백신, 풍진 백신, 그리고 수두 백신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맞았던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도 바로 이 생백신에 해당합니다.
생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면역 반응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바이러스와 비슷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우리 몸이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거든요. 게다가 대부분의 생백신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성분(보조제)이 필요 없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살아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어요. 또한 임산부에게는 접종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보관 조건도 까다로운 편이에요.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온도 관리가 중요하거든요.
2. 불활성 백신(Inactivated Vaccine): 죽은 바이러스의 활용
두 번째는 불활성 백신입니다. '사백신'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바이러스를 '죽여서' 만든 백신입니다.
불활성 백신의 제조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증식시킵니다. 그 다음, 열이나 화학약품(주로 포름알데히드나 베타프로피오락톤 같은 물질)을 처리해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불활성화시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이러스를 '죽인다'기보다는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엄밀히 말해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죽는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거든요.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들어와도 증식하거나 감염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외형, 그러니까 우리 면역세포가 알아볼 수 있는 특징적인 모양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덕분에 우리 몸은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나중에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불활성 백신으로는 우리가 매년 맞는 계절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 있습니다. A형 간염 백신, 일본뇌염 백신, 광견병 백신 등도 이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코로나19 백신 중에서는 중국의 시노팜이나 시노백 백신이 불활성 백신에 해당합니다.
불활성 백신의 장점은 안전성입니다. 바이러스가 이미 불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어요. 또한 제조 방법이 전통적이고 오래되어서 생산 기술이 잘 확립되어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감염 경로를 따라가지 않고, 생백신에 비해 면역 반응이 약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보조제를 추가하거나, 여러 번 접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불활성화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항원이 변질되거나 중요한 부분이 손상될 수도 있어서,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 mRNA 백신: 유전자 기술의 혁명
세 번째이자 가장 최신 기술인 mRNA 백신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 이름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바로 이 mRNA 백신입니다.
mRNA 백신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몸에서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합니다. 잠깐 고등학교 생물 시간으로 돌아가 볼까요?
우리 세포 안에는 DNA가 있고, 이 DNA에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DNA는 세포핵 안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어서, 직접 단백질 공장(리보솜)으로 가지 않습니다. 대신 'mRNA(메신저 RNA)'라는 일종의 '복사본'이 만들어져서 설계도를 전달하죠. 리보솜은 이 mRNA를 읽고 그대로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mRNA 백신은 바로 이 원리를 활용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특징적인 돌기가 있어요. mRNA 백신은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설계도를 담은 mRNA를 우리 몸에 주입합니다.
그러면 우리 세포는 이 mRNA를 읽고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이건 바이러스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에 우리를 아프게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 면역 시스템은 "어? 이건 내 몸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인데?"라고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진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이 이미 스파이크 단백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죠.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 속도입니다. 2020년 1월, 중국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전 세계에 공개했을 때, 모더나는 단 이틀 만에 백신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기존 백신처럼 바이러스를 직접 배양하고 처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만 있으면 빠르게 만들 수 있거든요.
또 다른 장점은 안전성입니다. mRNA 백신에는 실제 바이러스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백신을 맞고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제로예요. 또한 mRNA는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만든 후 자연스럽게 분해됩니다. 우리 몸의 DNA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죠. 간혹 "mRNA 백신이 우리 유전자를 바꾼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도 쉽습니다.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 mRNA의 설계만 바꿔서 새로운 백신을 빠르게 만들 수 있거든요.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보관 조건입니다. mRNA는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온도에 민감합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고, 모더나 백신도 영하 20도가 필요합니다. 일반 냉장고로는 보관이 어렵다는 뜻이죠.
왜 이렇게 온도에 민감할까요? mRNA는 우리 몸 안에 있을 때는 여러 보호 메커니즘이 작동하지만, 몸 밖으로 나오면 금방 분해됩니다. 그래서 mRNA 백신을 만들 때는 'LNP(지질나노입자)'라는 작은 지방 주머니로 mRNA를 감싸서 보호합니다. 비유하자면 비누방울로 mRNA를 감싸는 것과 비슷해요. 그런데 이 지질나노입자도 높은 온도에서는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초저온 보관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런 까다로운 보관 조건 때문에 mRNA 백신을 개발도상국이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을 갖추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거든요.
그 외의 백신들: 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재조합 백신
지금까지 세 가지 주요 백신을 살펴봤는데요, 사실 백신의 세계는 이보다 더 다양합니다. 잠깐 다른 종류들도 소개해 드릴게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존슨앤존슨) 백신이 대표적입니다. 이 방식은 무해한 바이러스(주로 아데노바이러스)를 '택배 기사'처럼 활용합니다. 이 바이러스 안에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의 설계도를 담아서 우리 몸에 전달하는 것이죠. mRNA 백신과 비슷한 원리지만, 전달 방식이 다릅니다. 장점은 mRNA 백신보다 보관 조건이 덜 까다롭다는 것이고(아스트라제네카는 일반 냉장 온도에서 보관 가능), 단점은 벡터로 사용하는 바이러스 자체에 면역이 생기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조합 백신(단백질 서브유닛 백신)은 노바백스 백신이 대표적입니다. 이 방식은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만 따로 만들어서 백신으로 사용합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스파이크 단백질만 대량 생산해서 주입하는 것이죠. 오래된 기술이라 안전성이 검증되어 있고, 보관도 비교적 쉽습니다. B형 간염 백신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백신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자, 이제 백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았으니, 백신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간단히 살펴볼까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선천 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병원체가 들어오면 일단 막고 보는 '최전방 방어선'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후천 면역은 살아가면서 병원체를 만나 학습하는 면역입니다. 백신은 바로 이 후천 면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에요.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먼저 B세포라는 녀석이 항체를 만들어냅니다. 항체는 병원체에 달라붙어서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T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다른 면역세포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면역학적 기억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일부 B세포와 T세포는 '기억세포'로 남아서, 나중에 같은 병원체가 들어오면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첫 번째 감염(또는 첫 번째 백신 접종)에서는 항체가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두 번째부터는 기억세포들이 즉각 반응해서 며칠 안에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요.
결론: 백신, 인류의 위대한 발명
백신 제조는 과학과 의학의 진보를 대표하는 분야입니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처음으로 우두법을 시도한 이후, 백신 기술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화시키는 방법부터, 바이러스를 완전히 죽이는 방법, 그리고 이제는 유전자 정보만으로 백신을 만드는 시대까지 왔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된 백신들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공통된 목표는 하나입니다. 우리 몸이 병원체를 미리 알아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역사를 돌아보면, 백신 덕분에 인류가 얼마나 많은 질병의 위협에서 벗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천연두는 완전히 사라졌고, 소아마비도 거의 박멸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홍역, 볼거리, 풍진, 파상풍, 디프테리아... 한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던 이 병들이 이제는 많이 줄었어요. 모두 백신 덕분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암이나 당뇨, 치매 같은 질환에 대한 백신 개발도 연구되고 있고, 새로운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mRNA 백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술은 앞으로 다른 질병 치료에도 활용될 전망입니다.
백신은 단순히 병원체와의 싸움에서 이기게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인류가 함께 힘을 모아 질병에 맞서온 역사의 증거이고, 과학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음에 백신을 맞을 기회가 있다면, 그 작은 주사 한 방에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역사가 담겨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어린 시절 무서워했던 예방주사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주는 작은 방패, 백신. 앞으로도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참고: 백신을 접종받기 전에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백신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접종 후에는 20~30분 정도 의료기관에 머물면서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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