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왜 자전할까요? – 그 원리와 역사 이야기
밤하늘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장시간 노출 촬영을 해보면, 별들이 둥근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별들이 지구 주위를 빙빙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원인은 지구 자체가 회전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매일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보며 하루를 보내지만, 정작 지구가 스스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일상에서 실감하긴 어렵습니다. 너무도 부드럽고 일정하게 자전하고 있어서, 지구 위에 사는 우리는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 어떻게 지구의 자전을 깨닫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지구는 왜 멈추지 않고 계속 돌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지구 자전에 대한 역사와 과학, 그리고 최신 연구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지구는 돌고 있을까? 고대인의 생각과 코페르니쿠스의 혁명
고대 사람들에게 지구는 움직이지 않는 중심이었습니다. 밤하늘의 별과 태양, 달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모습은 “하늘의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지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지구가 정지해 있고 하늘이 돈다고 믿었습니다. 만약 지구가 움직인다면 항상 강한 바람이 불거나, 공중에 던진 물체가 땅에 똑바로 떨어지지 않고 뒤쪽으로 처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해, 그는 “지구는 가만히 있고 하늘이 돈다”는 지구 정지설을 주장했습니다. 이 생각은 이후 1500년 이상 서양 세계관을 지배했고, 중세에는 기독교 신학과 결합해 절대적인 진리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철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다른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아리스타르코스 등 일부 학자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증거 부족과 지배적인 믿음 때문에 크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16세기 르네상스 시기에 한 번도 없던 혁신적인 주장이 등장합니다. 1543년 폴란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행성들이 돈다는 지동설을 발표하면서, 하루 동안 해와 별이 도는 현상도 “사실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 하늘이 하루 주기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주장이었지요.
물론 처음엔 이 주장을 선뜻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동설을 지지하던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는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할 만큼, “움직이는 지구”란 개념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어요. 그러나 17세기 들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들을 발견하고 금성의 위상 변화를 관측하면서, 지구가 특별한 중심이 아니라는 증거들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갈릴레이는 또한 일상에서 우리가 지구의 자전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밀폐된 배 안에 있다면 그 배가 움직이는지 정지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 실험을 들며, 지구가 일정한 속도로 자전하고 있으면 그 위에 함께 움직이는 우리에게는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을 통찰했습니다. 이러한 관성 개념의 이해는 “지구가 돌면 왜 우리는 못 느끼지?”라는 의문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17세기 후반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과 운동 법칙을 통해 행성들이 태양을 도는 이유, 그리고 자전하는 지구의 모습을 이론적으로 완성했습니다. 뉴턴의 역학으로 보니, 지구가 자전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었어요. 결국 지구의 자전은 17세기 이후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진 사실이 되었지만, 일반 대중이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위 사진은 프랑스 파리 팬테온에 설치된 푸코의 진자입니다. 1851년 물리학자 레옹 푸코는 길이 67미터의 줄에 무거운 추를 매달아 흔들리는 진자를 공개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진자는 처음에는 한 평면에서 왔다 갔다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진동면이 서서히 회전하는데, 이는 바닥이 고정된 건물이 아니라 지구가 아래에서 회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푸코의 진자는 복잡한 수식 없이도 지구 자전을 보여준 최초의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증거였으며, 이 실험을 지켜본 대중은 비로소 “정말로 지구가 돌고 있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는 왜, 그리고 어떻게 계속 자전할까요?
이처럼 지구가 스스로 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받아들이게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지구는 왜 자전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돌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는 물리학의 근본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구는 태어날 때부터 회전하고 있었고 특별히 멈추게 할 힘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돌고 있는 것입니다.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를 상상해볼까요? 젊은 태양 주위에 가스와 먼지 원반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그 원반 안에서 지구의 씨앗이 될 작은 덩어리가 뭉쳐졌습니다. 원반 자체가 회전하고 있었으니 그 안에서 만들어진 지구도 자연스럽게 초기부터 자전 운동을 갖게 되었지요. 물리학에서는 이러한 회전 상태를 설명할 때 “각운동량 보존”이라는 법칙을 사용합니다. 간단히 말해, 한 번 회전을 시작한 물체는 외부에서 멈추게 하는 힘(토크)을 받지 않는 한 계속 회전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피겨 스케이터가 팔을 몸에 붙이면 더 빨리 도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스케이터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져도 전체적으로 회전을 지속하는 힘은 유지되는데, 이 현상과 같이 지구도 우주라는 무대 위에서 마찰 없는 얼음 위를 도는 팽이처럼 한 번 얻은 회전 운동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를 멈추게 할 힘이 전혀 없었을까요? 거의 없지만 아주 약간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달의 인력, 즉 조석 마찰입니다. 달과 태양의 중력이 바닷물을 끌어올려 조수간만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 밀물과 썰물이 해안과 해저에 마찰을 발생시켜 지구의 자전을 아주 조금씩 늦춥니다. 얼마나 늦추냐 하면, 100년에 겨우 0.002초 정도 하루가 길어지는 수준입니다. 티끌 같은 차이지만 오랜 지구 역사로 보면 누적 효과가 큽니다. 실제로 과거 수억 년 전에는 하루가 더 짧았다는 지질학적 증거도 있습니다. 예컨대 약 1억 년 전 공룡 시대에는 하루가 약 22시간 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달의 영향으로 자전 속도가 서서히 느려져 하루가 24시간이 된 것이지요.
즉 지구는 관성에 따라 계속 돌고 있지만, 달의 영향으로 아주 서서히 자전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의 수명으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변화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변화가 너무 느려서 우리 눈에는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과학자들은 원자시계로 지구 자전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수십 년에 한 번씩 “윤초”를 추가해 시계를 보정할 정도로 미세한 변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 미묘한 주기적 변화나 흔들림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현상이 자전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 달의 중력 (조석 효과)
달의 인력으로 인한 조석 마찰은 지구 자전을 서서히 늦추는 주 요인입니다. - 대기와 해양의 움직임
지구 표면의 공기와 바다가 끊임없이 흐르면서, 계절에 따라 제트기류 같은 대기의 흐름이 강해지거나 약해지면 전체 회전 속도에 수밀리초 수준의 변동을 일으킵니다. 이는 지구와 대기가 서로 각운동량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계절적 변화의 많은 부분이 대기권의 변화로 설명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지구 내부 핵과 맨틀의 운동
지구 내부에서는 거대한 액체 철로 이루어진 외핵이 흐르며, 단단한 맨틀과 상호 작용합니다. 내부의 질량 이동이나 핵과 맨틀 간의 마찰이 지구 자전 속도에 미세한 불규칙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최근에는 지구 중심부에 있는 내핵이 맨틀과 독립적으로 회전하며 수십 년 주기로 속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내핵의 회전이 최근 거의 멈췄다가 반대로 방향을 바꾸는 듯한 징후가 관측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구 자전 속도와 자기장에도 변동이 생겼다고 합니다. - 빙하 녹음 및 기후 변화
최근 들어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 변화도 지구 자전에 눈에 띄는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막대한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지구 표면의 질량 분포가 변하게 됩니다. 마치 스케이터가 팔을 벌리면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질량이 적도 방향으로 퍼지면 자전 속도가 약간 늦춰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극지방 빙하 감소로 인해 하루가 길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합니다.
또한, 대규모 지진처럼 지구 내부 질량 분포를 갑작스레 바꾸는 사건도 지구 자전 주기에 미세한 변화를 가져옵니다. 실제로 2011년 동日本 대지진 후 지구 자전 주기가 몇 마이크로초 단축되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지구 자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지구 자전이 약간 빨라졌다”는 소식이 2020년대에 전해졌습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4시간보다 약간 짧은 날들이 여러 차례 기록되었고, 급기야 2022년 6월 29일에는 역대 가장 짧은 날이 관측되었습니다. 원자시계로 측정한 그 날의 길이는 평소보다 1.59밀리초 짧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자전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이유에 대해 완전히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지구 자전축이 정확한 극점을 벗어나 약간 흔들리면서 이동하는 “극 운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 433일 주기의 챈들러 진동이라는 극의 작은 흔들림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일시적으로 줄어들면서, 지구가 더 균형 잡힌 상태로 회전하여 자전 속도가 빨라졌을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정도 변화는 일반인이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며, 영구적인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지구 자전이 너무 느려지면서 누적된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윤초를 추가해 왔습니다. 1972년 이후 인공시계와 지구 자전을 맞추기 위해 총 27초의 윤초가 더해진 기록이 있습니다. 만약 지구 자전이 반대로 빨라진다면, 윤초를 넣는 대신 오히려 빼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 시스템 등은 윤초 하나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자전 속도의 미세한 변화는 단순한 학술 문제가 아닌 현대 기술 사회에서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맺음말: 변함없이 돌지만 변하고 있는 지구
지금까지 고대인들의 인식 변화부터 자전의 물리적 원리, 그리고 최신 연구 동향까지 지구 자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움직이는 지구”라는 개념이, 과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상식이 되었지요. 지구 자전은 관성 법칙에 따라 당연하고 꾸준하게 지속되지만, 그 속도와 양상은 미세하게 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달과 지구의 중력 춤, 대기와 해양의 숨결, 지구 내부 핵의 박동, 그리고 인류의 영향까지—이 모든 요인들이 지구 자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는 지구 위에서 그 회전을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과학은 정밀한 도구로 그 변화를 포착해내고 있지요.
“하루 24시간”이라는 우리 삶의 기본 틀이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 참 놀랍고 신비롭지 않나요? 앞으로도 과학자들은 지구 자전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여, 우리에게 우주와 지구의 비밀을 더 깊이 있게 전달해 줄 것입니다.
오늘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지구가 끊임없이 자전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상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행성은 지금 이 순간도 조용하지만 꾸준히 돌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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