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쉴까? 아가미 호흡의 놀라운 비밀

어렸을 때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보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본 적 없으세요?
"저 물고기는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안 참고 살지?"
저도 어릴 적에 진짜 궁금했거든요. 사람은 물에 들어가면 숨을 참아야 하는데, 물고기는 평생을 물속에서 산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때는 단순히 "아가미가 있으니까"라고만 알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면 이게 정말 놀라운 생명의 적응 메커니즘이더라고요.
오늘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어떻게 숨을 쉬는지, 그 원리를 제대로 파헤쳐 볼게요. 단순히 "아가미로 숨 쉰다"라는 수준을 넘어서, 왜 그게 가능한지, 얼마나 효율적인 시스템인지까지 알아보면... 솔직히 자연의 설계에 감탄하게 됩니다.
잠깐, 물속에도 산소가 있다고요?
본격적으로 아가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물속에도 산소가 있습니다.
어? 물은 H2O 아니에요? 수소랑 산소가 결합된 거잖아요. 그럼 물 자체가 산소 아닌가요?
음... 이게 좀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물(H2O)에 포함된 산소는 수소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어서, 물고기가 직접 사용할 수 없어요. 물고기가 필요로 하는 건 물 분자에 포함된 산소가 아니라, 물에 녹아 있는 산소 기체(O2)입니다. 이걸 전문 용어로 '용존산소(Dissolved Oxygen, DO)'라고 불러요.
용존산소는 어디서 오는 걸까?
용존산소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물속에 공급됩니다.
첫 번째는 대기 중의 산소가 녹아드는 것이에요. 물 표면이 공기와 맞닿으면서 공기 중의 산소가 물속으로 녹아 들어갑니다. 파도가 치거나, 폭포가 떨어지거나, 계곡물이 졸졸 흐르면서 물살이 일어나면 더 많은 산소가 녹아들어요. 그래서 잔잔한 호수보다 빠르게 흐르는 계곡물에 산소가 더 풍부한 거죠.
두 번째는 수중 식물의 광합성이에요. 물속에 사는 해조류나 수초, 플랑크톤 같은 식물들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만들어내거든요. 이 산소가 물속에 녹아서 물고기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근데 문제가 있어요... 산소가 너무 적다
자,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물속의 산소는 공기 중보다 훨씬 적습니다.
수치로 말씀드리면, 공기 중에는 산소가 약 21% 정도 포함되어 있어요. 반면에 물속의 용존산소는 1% 미만입니다. 대략 공기의 30분의 1 수준밖에 안 돼요.
게다가 산소가 물속에서 확산되는 속도도 공기 중의 약 8,000분의 1 정도로 매우 느립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물고기는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산소를 얻어야 한다는 거예요. 산소 양도 적고, 이동 속도도 느린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요?
바로 여기서 아가미라는 놀라운 기관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아가미, 그게 도대체 뭔데?
물고기 얼굴 옆을 보면, 뺨처럼 생긴 부분이 뻐끔뻐끔 움직이는 거 보신 적 있죠? 그게 바로 아가미 뚜껑(새개, operculum)이에요. 이 뚜껑 안쪽에 아가미가 숨어 있습니다.
아가미는 영어로 'gill'이라고 하는데요, 물고기가 물속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호흡 기관이에요. 우리에게 폐가 있는 것처럼, 물고기에게는 아가미가 있는 거죠.
아가미의 구조를 뜯어보면...
아가미는 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크게 보면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1. 아가미 활(새궁, gill arch)
이건 뼈로 된 지지대예요. 아가미의 뼈대 역할을 하면서, 다른 구조물들을 지탱해줍니다.
2. 아가미 새엽(새사, gill filament)
아가미 활에서 뻗어 나온 긴 실 모양의 구조물이에요. 마치 빗살처럼 양쪽으로 쭉 뻗어 있죠. 이 새엽이 실제로 가스 교환이 일어나는 주요 부위입니다.
3. 아가미 새판(이차새판, lamella)
새엽 표면에 촘촘하게 달려 있는 얇은 판 모양의 구조예요.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로 작은데, 이 새판 안에 모세혈관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요.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아가미의 표면적을 엄청나게 넓혀줍니다. 표면적이 넓으면 뭐가 좋냐고요? 그만큼 물과 접촉하는 면이 많아지니까,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물고기 아가미의 표면적은 몸 크기에 비해 상당히 넓어요. 예를 들어, 체중 1kg짜리 물고기의 아가미 표면적은 약 1,000cm²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이 넓은 표면이 산소 흡수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이에요.
아가미 막은 왜 그렇게 얇을까?
아가미 새판을 덮고 있는 막은 정말 얇아요. 두께가 0.5~2 마이크로미터 수준인데, 이게 얼마나 얇은 거냐면... 사람 머리카락 두께가 약 70마이크로미터거든요. 그러니까 머리카락의 35분의 1에서 140분의 1 정도 두께밖에 안 되는 거예요.
왜 이렇게 얇아야 할까요?
산소가 물에서 혈액으로 이동하려면 확산(diffusion)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확산은 물질이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현상인데, 이때 막이 얇을수록 확산이 더 빠르게 일어납니다.
만약 아가미 막이 두꺼우면? 산소가 혈액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효율이 떨어지겠죠. 그래서 아가미는 최대한 얇은 막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예요.
역류 교환 시스템: 자연이 만든 최고의 효율
자, 여기서부터가 진짜 놀라운 부분이에요.
물고기 아가미에는 '역류 교환 시스템(Countercurrent Exchange System)'이라는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이름이 좀 어려워 보이는데, 원리를 알면 "와, 자연이 이걸 어떻게 설계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역류 교환이 뭐냐면요...
간단히 설명할게요.
아가미 새판 안에는 모세혈관이 흐르고, 새판 바깥으로는 물이 흐릅니다. 그런데 이 둘의 흐름 방향이 반대예요.
- 물: 입에서 들어와서 → 아가미를 지나 → 아가미 뚜껑 밖으로 나감
- 혈액: 물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흐름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병행류 vs 역류: 효율의 차이
만약 물과 혈액이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고 상상해볼게요. (이걸 '병행류'라고 해요.)
처음에는 물속의 산소 농도가 높고, 혈액의 산소 농도가 낮으니까 산소가 잘 흡수됩니다. 하지만 점점 진행되면서 물속의 산소 농도는 낮아지고, 혈액의 산소 농도는 높아지겠죠? 어느 순간 둘의 농도가 평형에 도달하면, 더 이상 산소가 이동하지 않아요.
이 경우 물속 산소의 최대 50% 정도만 흡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역류 교환 시스템에서는요?
물과 혈액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니까, 아무리 진행되어도 항상 물속의 산소 농도가 혈액보다 높은 상태가 유지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 산소가 풍부한 신선한 물이 처음 들어오면, 이 물은 산소가 이미 어느 정도 흡수된 혈액(출구 쪽)과 만나요.
- 물이 계속 이동하면서 산소를 내주면, 점점 산소가 적어진 물은 산소가 거의 없는 신선한 혈액(입구 쪽)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물이 아가미를 지나는 전 구간에서 산소 교환이 계속 일어날 수 있어요. 농도 차이가 항상 유지되니까요.
결과적으로 물고기는 물속 산소의 80~90%까지 흡수할 수 있습니다. 병행류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효율이죠!
왜 이게 대단하냐면...
앞서 말했듯이, 물속의 산소는 공기의 3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있는 산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뽑아내야 해요.
역류 교환 시스템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거예요. 자연은 수억 년의 진화를 통해 이런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낸 거죠.
참고로 이 역류 교환 원리는 물고기 아가미뿐만 아니라, 새의 폐, 포유류 신장의 헨레고리 등 여러 생물 기관에서도 발견됩니다. 그만큼 효율적인 설계라는 뜻이에요.
물고기의 호흡 과정을 단계별로 따라가보면
이제 아가미의 구조와 원리를 알았으니, 실제로 물고기가 어떻게 호흡하는지 순서대로 따라가볼게요.
1단계: 입으로 물을 빨아들인다
물고기가 입을 벌리면, 구강 내부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물이 빨려 들어옵니다. 마치 주사기 피스톤을 당기면 물이 빨려들어오는 것처럼요.
이때 물고기는 아가미 뚜껑(새개)을 닫아서, 물이 옆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합니다.
2단계: 아가미로 물을 밀어낸다
물을 충분히 빨아들이면, 물고기는 입을 닫고 구강 바닥을 올려서 물을 아가미 쪽으로 밀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물은 아가미 새엽 사이로 흐르게 되고, 새판에 닿으면서 가스 교환이 일어납니다.
3단계: 가스 교환 - 산소 흡수, 이산화탄소 배출
물이 새판을 지나는 동안, 물속에 녹아 있던 산소가 확산을 통해 모세혈관 속으로 들어갑니다. 동시에,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는 물속으로 빠져나가요.
이 과정은 아주 빠르게 일어납니다. 새판 막이 얇고, 역류 교환 시스템 덕분에 농도 차이가 항상 유지되니까요.
4단계: 아가미 뚜껑을 열어 물을 내보낸다
가스 교환이 끝난 물은 아가미 뚜껑(새개)이 열리면서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그리고 다시 1단계부터 반복되는 거죠.
이 전체 과정을 '환수(ventilation)'라고 부릅니다.
물이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네, 그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물고기 호흡에서 물은 일방통행입니다. 입 → 아가미 → 아가미 뚜껑 밖. 이 방향으로만 흐르고, 절대 역류하지 않아요.
왜 이게 중요하냐면, 물속의 산소 함량이 워낙 적으니까 같은 물로 여러 번 호흡하면 안 되거든요. 한 번 지나간 물은 이미 산소가 빠진 상태니까, 그 물로 다시 호흡하면 효율이 뚝 떨어지겠죠.
그래서 물고기는 계속해서 신선한 물을 아가미로 보내줘야 합니다. 이 일방통행 시스템이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거예요.
물고기마다 호흡 방식이 다르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모든 물고기가 똑같은 방식으로 호흡하는 건 아니에요.
뻐끔뻐끔 호흡하는 물고기들
잉어, 금붕어, 붕어 같이 천천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입을 뻐끔뻐끔 거리면서 호흡해요. 입을 벌려 물을 빨아들이고, 입을 닫으면서 아가미로 물을 밀어내는 거죠.
이런 물고기들은 정지 상태에서도 호흡이 가능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입과 아가미 뚜껑을 움직여서 물을 순환시킬 수 있으니까요.
쉬지 않고 헤엄쳐야 하는 물고기들
반면에 참치, 고등어, 상어 같은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다른 방식을 씁니다.
이 물고기들은 입을 벌린 채로 앞으로 계속 헤엄치면서, 자연스럽게 물이 아가미로 흘러들어오게 해요. 이걸 '람 환수(ram ventilation)'라고 합니다.
"람(ram)"이 "들이받다"라는 뜻인데, 물을 들이받으면서 호흡한다는 의미예요.
이런 물고기들은 헤엄을 멈추면 호흡이 어려워집니다. 아가미 뚜껑을 스스로 펌프질하는 기능이 약화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참치나 상어는 잠을 잘 때도 계속 움직여야 해요. 말 그대로 살기 위해 헤엄치는 물고기들인 거죠.
대구아쿠아리움의 아쿠아리스트 이상문 씨에 따르면, 참치는 초당 약 20~60cm의 속도로 헤엄치면서 호흡한다고 해요.
물 밖에서도 숨 쉬는 특이한 물고기들
대부분의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숨을 못 쉬지만, 예외도 있어요.
폐어(lungfish)라고 불리는 물고기들은 이름 그대로 폐를 가지고 있어서, 물 밖에서도 공기 호흡이 가능합니다. 아프리카나 남미, 호주의 건기가 심한 지역에 사는 물고기들인데, 물이 마르면 진흙 속에 들어가서 공기로 숨을 쉬면서 버텨요.
뱀장어는 피부로도 산소를 흡수할 수 있어서, 젖은 땅 위를 기어다닐 수 있고요.
미꾸라지는 장(腸)으로 호흡하는 능력이 있어서, 산소가 부족한 물에서 수면 위로 올라와 공기를 꿀꺽 삼킨 다음, 장에서 산소를 흡수한다고 해요.
이런 다양한 적응 방식을 보면, 물고기라고 다 같은 물고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용존산소, 물고기에게 얼마나 중요할까?
이제 용존산소가 물고기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용존산소 농도별 물고기 반응
물속 용존산소 농도에 따라 물고기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정리하면 이래요.
5mg/L 이상: 대부분의 물고기가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건강하게 먹이 활동하고, 성장하고, 번식합니다.
3~5mg/L: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요. 먹이 섭취량이 줄고, 성장이 둔화됩니다. 물고기가 수면 가까이로 떠오르거나, 산소가 많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행동을 보여요.
2mg/L 이하: 저산소 상태(hypoxia)로 분류됩니다. 대사 기능이 크게 저하되고, 장시간 노출되면 폐사할 수 있어요.
1mg/L 이하: 무산소 상태(anoxia)에 가까워져서, 대부분의 물고기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왜 여름에 물고기가 죽을 때가 있을까?
여름철에 양식장이나 연못에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뉴스 보신 적 있으시죠? 이게 용존산소와 관련이 있어요.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산소 용해도가 낮아집니다. 쉽게 말해서 따뜻한 물에는 산소가 덜 녹는다는 거예요.
게다가 수온이 높아지면 물고기의 대사율도 증가해서,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해져요. 산소는 적어지는데 필요량은 늘어나니... 최악의 조합인 거죠.
여기에 녹조(algal bloom)까지 발생하면 더 심각해집니다. 낮에는 조류가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지만, 밤에는 호흡만 하면서 산소를 소비해요. 그래서 새벽에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물고기가 질식사하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기후변화와 용존산소의 미래
BBC의 보도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해양의 용존산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다니엘 파울리 연구원은 이런 변화가 "무시무시하다"고 표현했어요. 산소 농도가 낮아진 바다에서는 산소를 적게 써도 되는 어종들이 득세하고,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어종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거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의 강 70%에서 지난 40년간 용존산소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하천 온난화가 해양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담수 생태계가 특히 위험해지고 있다는 경고예요.
물고기가 질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고기도 산소가 부족하면 질식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좀 독특해요.
물고기의 산소 부족 반응
산소가 부족해지면 물고기는 먼저 호흡 빈도를 높여요. 아가미 뚜껑을 더 빠르게 움직여서 더 많은 물을 흐르게 하려는 거죠.
그래도 부족하면? 수면 가까이 올라옵니다. 수면 근처가 대기와 맞닿아 있어서 산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거든요.
심하면 아예 물 위로 입을 내밀고 공기를 삼키기도 해요. 이걸 '수면 호흡'이라고 하는데,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신호예요.
물 밖에 나온 물고기가 죽는 이유
물고기를 물 밖으로 꺼내면 얼마 못 가 죽잖아요. 왜 그럴까요?
일단 아가미가 공기 중에서 제 기능을 못 해요. 아가미 새엽과 새판은 물에 떠있을 때 펼쳐져 있는데, 공기 중에서는 서로 달라붙어버려요. 그러면 표면적이 확 줄어들면서 가스 교환이 제대로 안 됩니다.
또한 아가미는 건조에 매우 취약해요. 그 얇은 막이 마르면 세포가 손상되고, 호흡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래서 물고기를 잠깐 물 밖으로 꺼내더라도, 아가미 부분은 젖은 상태로 유지해주는 게 중요해요.
사람은 왜 물속에서 숨을 못 쉴까?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반대로 이런 궁금증이 생기실 수도 있어요.
"그럼 사람은 왜 아가미가 없지?"
"사람도 아가미가 있으면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거 아냐?"
폐와 아가미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
사람의 폐는 공기에서 산소를 흡수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폐포라는 작은 주머니 구조가 있는데, 여기서 공기 중의 산소가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만약 폐에 물을 채우면? 폐포가 물로 가득 차면서 가스 교환이 불가능해져요. 게다가 물속의 산소 양이 너무 적고, 확산 속도도 느려서, 설령 교환이 되더라도 필요한 산소량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아가미는 물에서 산소를 추출하도록 특화되어 있어요. 넓은 표면적, 얇은 막, 역류 교환 시스템... 이 모든 게 물이라는 매질에 최적화된 설계입니다.
그래서 폐와 아가미는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한 결과물인 거예요. 호환이 안 되는 거죠.
인공 아가미는 가능할까?
과학자들이 인공 아가미를 만들어서 사람도 물속에서 호흡하게 할 수 없을까 연구한 적이 있어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엄청난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산소량을 물에서 추출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처리해야 해요.
계산해보면, 성인 한 명이 1분간 필요한 산소를 얻으려면 약 200리터 이상의 물을 아가미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물고기는 체온이 낮고 대사율이 낮으니까 가능하지만, 사람은 물고기보다 산소 소비량이 훨씬 많거든요.
그래서 당분간은 스쿠버 다이빙처럼 공기통을 메고 들어가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남아있어요.
아가미 호흡의 진화적 의미
마지막으로 진화적 관점에서 아가미를 한번 살펴볼게요.
아가미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아가미는 매우 오래된 기관이에요.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초기 절지동물들도 아가미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물고기의 직접적인 조상들이 등장한 건 약 4억 5천만 년 전인데, 이때부터 아가미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이 배아 시기에 아가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사람의 태아도 임신 초기에 아가미 틈(pharyngeal slits)이라는 구조가 나타났다가, 나중에 귀나 턱 등 다른 기관으로 변형됩니다.
이건 우리 조상이 한때 물속에서 살았다는 진화의 흔적인 셈이에요.
폐는 아가미에서 진화했다?
더 놀라운 건, 육상 척추동물의 폐도 아가미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정확히는, 일부 고대 물고기들이 아가미 외에 부레(swim bladder)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부레가 원래는 공기 호흡 기관으로 사용되었다는 이론이 있어요. 이 구조가 점점 발달해서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포유류의 폐로 진화했다는 거죠.
실제로 현존하는 폐어(lungfish)는 아가미와 폐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이 진화 과정의 중간 단계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무리: 자연의 경이로운 설계
물고기가 물속에서 숨을 쉬는 원리, 어떠셨어요?
단순히 "아가미가 있으니까"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주제인데, 파고들어보니까 정말 정교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더라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 물속에도 산소가 녹아 있다 - 하지만 공기의 30분의 1밖에 안 된다
- 아가미는 넓은 표면적과 얇은 막으로 가스 교환 효율을 극대화한다
- 역류 교환 시스템으로 물속 산소의 80~90%까지 흡수할 수 있다
- 물은 일방통행으로 흐르면서 항상 신선한 산소를 공급한다
- 물고기마다 호흡 방식이 다르다 - 뻐끔뻐끔 vs 람 환수
이런 시스템이 수억 년의 진화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다음에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보시면, 그냥 예쁘다고만 보지 마시고, 아가미 뚜껑이 뻐끔거리는 것도 한번 관찰해보세요. 그 작은 움직임 안에 자연의 놀라운 설계가 담겨 있으니까요.
혹시 이 글을 읽고 더 궁금한 점이 생기셨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함께 이야기 나눠봐요!
참조
- FISHBIO - An efficient exchange: countercurrent oxygen exchange in fish (https://fishbio.com/an-efficient-exchange/)
- Wikipedia - Fish gill (https://en.wikipedia.org/wiki/Fish_gill)
- Britannica - How Do Gills Work? (https://www.britannica.com/science/How-Do-Gills-Work)
- PetMD - How Do Fish Breathe? (https://www.petmd.com/fish/how-do-fish-breathe)
- BBC - 해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어류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5869662)
- 한겨레 - 온난화, 바다보다 하천서 빨라…물속 산소 줄어 생물다양성 위협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08649.html)
- 대구아쿠아리움 - 물고기가 물속에서 숨쉬는 방법 (https://daeguaqua.com/)
- NOAA - Dissolved Oxygen
- 울산항만공사 블로그 - 인간은 왜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나요? (https://m.blog.naver.com/ulsan-port)
- University of Tennessee - WFS 550 Fish Physiology, Countercurrent System (http://web.utk.edu/\~rstrange/wfs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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