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 아래 다른 달? 동시간대 달의 모습, 위치별 차이 심층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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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달빛 아래, 우리 모두의 질문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달. 하지만 문득 궁금해집니다. 지금 내가 보는 이 둥근 보름달,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구도 과연 똑같은 모습으로 보고 있을까요? "같은 시간에 보이는 달은 어디서나 같은 모양일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천문학적으로 깊이 파고들면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같을 것 같지만, 정답부터 말하자면 '거의 같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입니다. 달의 '위상', 즉 태양 빛을 받아 밝게 보이는 부분의 비율 자체는 특정 순간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보는 모습', 특히 달의 방향이나 배경 별자리에 대한 상대적인 위치 등에는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최신 연구와 천문학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밤하늘 관측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달의 비밀, 지금부터 함께 탐험해볼까요?
1. 달의 변신술: 위상 변화의 원리
(1) 왜 달은 매일 모양이 바뀔까?
밤하늘의 달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달과 지구, 그리고 태양의 관계에 있습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아니라, 태양 빛을 반사하여 빛나는 위성입니다. 마치 거울처럼 태양 빛을 받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달은 약 29.5일을 주기로 지구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합니다 (삭망 주기). 이 공전 과정에서 태양, 지구, 달의 상대적인 위치가 끊임없이 변하게 됩니다. 지구에서 달을 바라볼 때, 태양 빛을 받는 달의 부분이 얼마나 보이느냐에 따라 달의 모양이 달라지는데, 이것이 바로 '달의 위상 변화'입니다. 태양 빛을 전혀 받지 못하는 면만 보이는 '삭'(초하루)부터 시작하여, 가느다란 '초승달', 반원이 밝은 '상현달', 완전히 둥근 '보름달'(망), 다시 반원이 밝은 '하현달', 그리고 새벽녘에 잠깐 보이는 '그믐달' 순서로 규칙적인 변화를 반복합니다.
(2) 같은 순간, 지구 어디서나 위상은 동일할까?
네, 그렇습니다! 특정 순간, 예를 들어 정확히 보름달이 되는 시점이나 상현달이 되는 시점에 달이 보이는 위상, 즉 밝게 빛나는 부분의 비율은 지구 어디에서나 동일합니다. 이는 달의 위상이 태양-지구-달 세 천체의 거시적인 기하학적 배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지름(약 12,700 km)은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약 384,400 km)나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약 1억 5천만 km)에 비하면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상의 어느 위치에서 달을 관측하든 특정 시점의 태양-지구-달이 이루는 상대적인 각도는 거의 동일하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름달은 태양-지구-달이 거의 일직선상에 놓일 때 나타나는데, 이러한 천체의 배열은 지구 전체에 대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구름이나 지평선 아래로 지는 등의 방해 요인만 없다면, 같은 순간에 달을 볼 수 있는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서는 동일한 위상(밝기 비율)의 달을 관측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달의 '위상'(밝기 비율)이 같다는 것이 달의 '모습'이 모든 면에서 완전히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상은 같지만, 우리가 달을 바라보는 각도나 배경이 달라지면서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차이점들이 바로 이 글의 핵심 주제입니다.
2. 자세히 보면 다르다! 미묘한 차이의 비밀
(1) 위상이 같다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특정 순간 달의 밝은 부분 비율(위상)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지만,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달이 보이는 방향(Orientation)과 배경 별자리에 대한 상대적 위치 입니다. 또한 아주 미세하게 겉보기 크기와 보이는 표면의 가장자리 모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주된 요인은 '시차(Parallax)'와 '칭동(Libration)'이라는 천문학적 현상입니다.
2.1. 시차(Parallax): 바라보는 위치에 따른 각도 차이
시차는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거리를 측정하는 중요한 원리 중 하나입니다. 간단히 말해,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물체를 바라볼 때 방향의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 팔을 뻗어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으며 보면, 배경에 대해 엄지손가락의 위치가 좌우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때 두 눈 사이의 거리가 '기선(baseline)'이 되고, 엄지손가락이 보이는 각도의 차이가 시차각이 됩니다.
이 원리를 달 관측에 적용해 봅시다. 지구상의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지점(예: 서울과 시드니, 또는 도쿄와 휴스턴 )에서 동시에 달을 관측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두 관측 지점 사이의 거리(지구 지름 범위 내)가 기선 역할을 합니다. 달은 지구에 비교적 가까이 있기 때문에(평균 약 384,400 km), 이 기선 거리로 인해 측정 가능한 시차가 발생합니다. 달의 평균적인 수평 시차는 약 57분(57′) 정도로, 이는 달의 겉보기 지름의 약 두 배에 해당합니다.
이 시차 효과는 동시간대 달 관측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 배경 별 대비 위치 변화: 가장 눈에 띄는 효과입니다. 서로 다른 위치의 관측자에게는 달이 배경의 별들에 대해 약간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 한 관측자에게는 달이 특정 별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관측자에게는 그 별에서 약간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영국에서 동시에 달과 레굴루스 별을 촬영했을 때 달의 위치가 별에 대해 약 1/3도 정도 차이가 났다는 기록이 있으며, 북극에서 볼 때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가리는 달이 다른 지역에서는 가리지 않는 현상도 시차로 설명됩니다.
- 달의 방향(Orientation) 변화: 시차는 달 자체의 겉보기 방향에도 미묘한 영향을 줍니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달을 바라보기 때문에, 달 표면의 가장자리에 있는 특정 지형(예: 크레이터나 산맥)이 관측자에 따라 약간 다른 각도로 보이거나, 한쪽 가장자리가 다른 쪽보다 조금 더 많이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쿄와 휴스턴에서 동시에 달을 보면 동쪽과 서쪽 가장자리에서 보이는 세부 지형이 약간 다르게 나타납니다.
결론적으로, 시차는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관측자들이 동시에 달을 볼 때, 달의 겉보기 위치와 방향이 왜 미세하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물리적 원리입니다.
2.2. 칭동(Libration): 달의 미세한 흔들림
달은 지구의 조석력에 의해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아져 항상 같은 면만을 지구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석 고정' 또는 '동주기 자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이 약간의 '흔들림' 운동을 하는데, 이를 '칭동(Lib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칭동 현상 덕분에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 전체 표면의 약 59%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마치 달이 우리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칭동은 주로 세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이는 동시 관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경도 칭동 (Libration in Longitude): 달의 공전 궤도는 완벽한 원이 아닌 타원입니다. 케플러의 제2법칙에 따라 달은 지구에 가까울 때(근지점) 더 빨리 공전하고, 멀 때(원지점) 더 느리게 공전합니다. 하지만 달의 자전 속도는 거의 일정합니다. 이 공전 속도와 자전 속도의 불일치 때문에, 달의 동쪽과 서쪽 가장자리를 번갈아 조금 더 엿볼 수 있게 됩니다. 진폭은 최대 약 $7^\circ 54'$에 달합니다.
- 위도 칭동 (Libration in Latitude): 달의 자전축은 달의 공전 궤도면에 대해 약 6.7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지구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대해 23.5도 기울어져 계절이 생기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 기울기 때문에 우리는 달의 공전 주기 동안 달의 북극과 남극 지역 너머를 번갈아 조금씩 엿볼 수 있습니다. 진폭은 최대 약 $6^\circ 50'$입니다.
- 일주 칭동 (Diurnal Libration): 이것은 앞서 설명한 시차와 본질적으로 같은 효과입니다.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 지표면의 관측자 위치가 하루 동안 최대 지구 지름만큼 변하게 됩니다. 달이 동쪽 지평선에 떠오를 때와 서쪽 지평선으로 질 때, 관측자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달을 보게 되는 셈입니다. 이 관측 위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시차 효과가 바로 일주 칭동이며, 달의 동쪽 또는 서쪽 가장자리를 약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듭니다. 일주 칭동으로 인한 시야 변화는 약 $1^\circ$ 정도입니다.
주된 경도 및 위도 칭동은 달의 공전 주기에 따라 천천히 변하는 효과이지만, 일주 칭동은 본질적으로 시차 현상이므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관측자들이 동시에 달을 볼 때도 영향을 미칩니다. 각 관측자의 위치(위도 및 경도)에 따라 지구 중심과 달 중심을 잇는 선에 대한 상대적인 각도가 다르므로, 일주 칭동으로 인해 '엿보게 되는' 달 가장자리의 모습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한 관측자가 몇 시간 동안 지구 자전으로 경험하는 시점 변화는, 동시에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두 관측자 사이의 시점 차이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2.3. 겉보기 크기(Apparent Size): 가까울수록 커 보일까?
달의 크기가 항상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달의 겉보기 크기는 변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 주요 원인: 타원 궤도: 달의 겉보기 크기가 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기 때문입니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지점(근지점, Perigee)에서는 달이 더 커 보이고, 가장 멀리 떨어지는 지점(원지점, Apogee)에서는 더 작게 보입니다. 근지점일 때의 달은 원지점일 때보다 겉보기 지름이 약 14% 더 크고, 겉보기 면적은 약 30% 더 넓습니다. 우리가 '슈퍼문'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바로 이 근지점 근처에서 보름달이 뜰 때를 말합니다. 이 궤도상의 거리 변화가 겉보기 크기 변화의 주된 요인입니다.
- 관측자 위치의 영향 (미미함): 지구상의 관측자 위치도 달의 겉보기 크기에 아주 미미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지평선 vs. 천정: 이론적으로 달이 머리 꼭대기(천정)에 있을 때는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보다 지구 반지름(약 6,400 km)만큼 관측자에게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천정에 있는 달이 지평선에 있는 달보다 아주 약간 (약 1.5% ~ 2%) 더 크게 보입니다. 이는 실제 물리적인 거리 차이에 의한 효과입니다.
- 다른 위치의 관측자: 마찬가지로, 지구상의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관측자들은 달까지의 거리가 지구 반지름 범위 내에서 약간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시에 달을 보더라도 겉보기 크기가 아주 미세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달의 타원 궤도로 인한 크기 변화에 비하면 훨씬 작아서 맨눈으로는 거의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 달 착시 (Moon Illusion): 그런데 왜 지평선 근처의 달이 하늘 높이 뜬 달보다 훨씬 커 보일까요? 이것은 실제 크기 변화가 아니라 대부분 '달 착시'라는 심리적 현상 때문입니다. 우리 뇌가 지평선 근처의 달을 주변의 나무나 건물 등 익숙한 물체와 비교하거나, 하늘을 평평한 돔처럼 인식하는 경향 때문에 거리를 잘못 판단하여 크기를 과장해서 인지하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어 비교해보면 지평선에 있을 때나 천정에 있을 때나 달의 실제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달의 겉보기 크기 변화를 이야기할 때는, (1) 달의 타원 궤도로 인한 실제 크기 변화, (2) 관측자 위치에 따른 매우 미미한 실제 크기 변화, (3) 지평선 근처에서 크게 보이는 심리적 착시 현상을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Table 1: 달의 모습,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요소 (Factor) | 동일성 (Uniformity) | 주요 원인 (Primary Cause) | 관련 자료 예시 |
---|---|---|---|
위상 (Phase/Illumination) | 전 지구적 동일 (Globally Uniform) | 태양-지구-달 상대 위치 (Sun-Earth-Moon Geometry) | |
배경 별 대비 위치 | 위치에 따라 다름 (Varies by Location) | 시차 (Parallax) | |
겉보기 방향 (Orientation) | 위치/시간 따라 다름 (Varies by Loc/Time) | 시차, 칭동, 관측자 위도 (Parallax, Libration, Observer Latitude) | |
보이는 가장자리 특징 | 위치/시간 따라 미세하게 다름 (Subtly Varies) | 시차, 칭동 (Parallax, Libration) | |
겉보기 크기 (궤도) | 시간에 따라 변함 (Varies over Orbit) | 타원 궤도 (Elliptical Orbit) | |
겉보기 크기 (관측자 위치) | 위치 따라 아주 미세하게 다름 (Very Slightly Varies) | 관측자 거리 차이 (Observer Distance) | |
인식되는 크기 (달 착시) | 심리적 요인 (Psychological) | 뇌의 거리/크기 인식 (Brain Perception) | |
[source: 54] |
3. 달이 뒤집혔다고? 남반구와 북반구의 차이
(1) 왜 남반구에서는 달이 거꾸로 보이나요?
혹시 남반구 여행 중에 달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북반구에서 보던 것과 달리 달이 마치 거꾸로 뒤집힌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시차나 칭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관측자의 관점(Perspective)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지구는 둥근 구 형태이기 때문에, 북반구에 서 있는 사람과 남반구에 서 있는 사람은 서로에게 거꾸로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위'라고 인식하는 방향이 정반대인 것이죠. 우리가 하늘을 볼 때, 발밑의 지평선을 기준으로 방향을 인식하게 됩니다. 따라서 북반구 관측자가 달의 '위쪽'(예: 달의 북극 방향)이라고 인식하는 부분이, 남반구 관측자에게는 '아래쪽'으로 보이게 됩니다. 달 자체가 실제로 뒤집힌 것이 아니라, 관측자의 기준 좌표계(머리 위 방향과 지평선)가 180도 다르기 때문에 달이 180도 회전한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2) 위상 변화 방향도 반대?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달의 위상이 변하는 모습에도 영향을 줍니다. 북반구에서는 초승달이 오른쪽부터 밝아지기 시작해서 상현달일 때 오른쪽 반원이 밝은 'D'자 모양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보름달을 지나 하현달이 되면 왼쪽 반원이 밝은 'C'자 모양으로 보이며 왼쪽부터 어두워집니다.
하지만 남반구에서는 이 모든 것이 반대로 나타납니다. 초승달은 왼쪽부터 밝아지기 시작하고, 상현달은 왼쪽 반원이 밝은 'C'자 모양으로 보입니다. 보름달 이후 하현달은 오른쪽 반원이 밝은 'D'자 모양으로 보이며 오른쪽부터 어두워집니다. 달이 차고 기우는 방향 자체가 반대로 보이는 것이죠.
(3) 적도에서는 어떨까?
지구의 적도 부근에서는 상황이 또 다릅니다. 적도에서는 달이 동쪽에서 떠서 거의 머리 위(천정)를 지나 서쪽으로 집니다. 이때 달이 뜨고 질 때는 지평선에 대해 옆으로 누운 듯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승달이 뜰 때는 아래쪽이 볼록한 'U'자 모양처럼 보이다가, 질 때는 위쪽이 볼록한 'n'자 모양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달의 방향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시차와 같은 미세한 각도 변화가 아니라, 지구라는 구 위에서 우리가 서 있는 위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시적인 관점의 차이입니다.
4. 눈으로 확인하는 차이: 사진 비교
백문이 불여일견! 이론적인 설명을 뒷받침하는 시각적 증거들을 살펴봅시다.
- 시차 효과 시각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촬영된 달 사진들을 비교하면 시차 효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셀시(Selsey)와 그리스 아테네(Athens)에서 동시에 찍은 사진을 겹쳐보면, 배경 별인 레굴루스(Regulus)에 대한 달의 상대적 위치가 약 1/3도 정도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 도쿄와 미국 휴스턴에서 동시에 본 달의 모습을 비교한 NASA의 자료를 보면, 배경 별들에 대한 달의 위치 차이뿐만 아니라, 달의 동쪽과 서쪽 가장자리에서 보이는 지형(limb features)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진이나 시뮬레이션은 시차가 실제로 달의 겉보기 위치와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증명합니다.
- 남반구 vs 북반구 시각화: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각각 촬영된 달 사진을 비교하면, 180도 회전된 듯한 모습의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북반구)와 브라질 쿠리치바(남반구)에서 약 28시간 간격으로 촬영된 달 사진 비교를 보면, 달의 위상은 거의 같지만 달 표면의 바다(Mare)나 크레이터 같은 지형들의 배열 방향이 완전히 뒤집혀 보입니다. 달 표면의 유명한 지형인 '티코 크레이터(Tycho crater)'가 북반구에서는 아래쪽에 보이지만 남반구에서는 위쪽에 보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달의 위상이 차오르거나 기우는 방향이 반대인 것도 사진으로 명확히 드러납니다. 북반구에서는 오른쪽(D 모양)부터 차오르지만, 남반구에서는 왼쪽(C 모양)부터 차오르는 모습이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동시에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시차 효과까지 고려하여 찍은 비교 사진을 찾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며칠 간격으로 찍힌 사진들만으로도 관측자의 위치(반구)에 따른 180도 방향 차이는 논란의 여지 없이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사진 자료들은 "같은 시간에 보이는 달은 어디서나 같은 모양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위상은 같지만 겉보기 방향과 위치는 관측 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5. 결론: 같은 달, 다른 시선
자,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같은 시간에 보이는 달은 어디서나 같은 모양일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순간, 달의 위상(태양 빛을 받아 밝게 보이는 부분의 비율)은 전 지구적으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이 보이는 방향, 배경 별에 대한 상대적 위치, 그리고 보이는 가장자리 모습 등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위상은 동일: 달의 위상은 태양-지구-달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기하학적 배치에 의해 결정되므로, 특정 순간에는 지구 어디서나 동일합니다.
- 위치와 방향은 다름 (시차): 지구상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달을 보면, 관측 지점 간의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시차(Parallax) 효과로 인해 달이 배경 별에 대해 약간 다른 위치에 보이며, 달 가장자리 모습 등 겉보기 방향에도 미세한 차이가 생깁니다.
- 가장자리 모습 변화 (칭동): 달의 미세한 흔들림인 칭동(Libration), 특히 지구 자전에 의한 시차 효과인 일주 칭동은 관측자가 볼 수 있는 달 가장자리 모습에 영향을 미쳐, 동시 관측 시에도 위치에 따른 미세한 차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남/북반구 방향 차이 (관점): 북반구와 남반구에서는 지구상의 관측자 관점 자체가 180도 다르기 때문에, 달의 모습이 마치 위아래로 뒤집힌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시차와는 다른, 거시적인 관점의 차이입니다.
- 겉보기 크기 변화 (궤도 및 착시): 달의 겉보기 크기 변화는 주로 달의 타원 궤도 때문에 발생하며(근지점/원지점), 관측자 위치에 따른 실제 크기 차이는 매우 작습니다. 지평선 근처에서 달이 커 보이는 것은 대부분 달 착시라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우리가 매일 밤 당연하게 바라보는 익숙한 달에게도 이처럼 흥미로운 과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다음번에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볼 기회가 생긴다면, 지금 이 순간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이 달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어쩌면 완전히 거꾸로 된 모습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늘 보던 달이 조금은 새롭게 느껴지며, 밤하늘을 관측하는 즐거움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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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NASA SVS - Moon Essentials: Parallax: 달 시차에 대한 NASA의 시각 자료 및 설명. https://svs.gsfc.nasa.gov/5320/
- Britannica - Parallax: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시차 정의 및 설명. https://www.britannica.com/science/parallax
- Britannica - Libration: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달 칭동 설명. https://www.britannica.com/science/libration
- Wikipedia - Lunar phase: 위키피디아의 달 위상 변화 설명 (영문). https://en.wikipedia.org/wiki/Lunar_phase
- Wikipedia - Libration: 위키피디아의 달 칭동 설명 (영문). https://en.wikipedia.org/wiki/Libration
- EarthSky - Do we all see the same moon phase from Earth?: 지구 어디서나 같은 달 위상을 보는지에 대한 설명. https://earthsky.org/moon-phases/do-we-all-see-the-same-moon-phase/
- Time and Date - Does the Moon Look the Same Everywhere?: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달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 설명. https://www.timeanddate.com/astronomy/moon/upside-down.html
- NASA - Librations of the Moon: NASA의 달 칭동 원리 설명. https://pwg.gsfc.nasa.gov/stargaze/Smoon4.htm
- The Planetary Society - Can the Moon be upside down?: 행성 협회의 남반구/북반구 달 모습 차이 설명. https://www.planetary.org/articles/can-the-moon-be-upside-down
- Khan Academy - Parallax: distance: 칸 아카데미의 시차 원리 설명.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in-in-class11th-physics/in-in-11th-physics-units-and-measurement/in-in-11th-physics-physical-quantities-and-their-measurement/a/parallax-di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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